이것 역시.. 약속한 포스팅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멋지게 연극을 공연하고 그동안 느낀것들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던 건데.. 아시다싶이 연극은 중도하차 해버렸어요.
제가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리차드 윌리엄스의 "애니메이션 서바이벌 킷"을 읽고 난 후였습니다. 윌리엄스가 몇일에 걸친 세미나를 마친 후 그를 찾아온 배우의 말이 너무 인상적이였거든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경험해본 바로는, "연기"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더군요. 적어도 애니메이터는 모두 좋은 연기자라는 말들은 다 뻥이란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적절히 움직이는 제스쳐와 표정은 연기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연기에 관한 몇가지 배운것들도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어왔습니다. 좀더 포괄적인 것들이라 난해하기도 하고 정리가 잘 안되기도 하지만.. 편안하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영화와 연극
연극에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음성중심의 매체라는 점이었습니다. 다시말해 "대화"가 중심이 되고 그 "대화"로서 모든것을 풀어가는 것이죠. 영화도 비슷한듯 하지만, 영화는 상당히 "시각"중심적인 매체에요.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대사가 정말 멋졌어" 라고 말하는 관객은 드뭅니다. (물론 연극적인 요소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전 중학교때부터 그림그리는데 빠져 살았고, 미대입시를 준비하고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만큼 당연히 "시각"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머리속에 박혀 있었던 거죠. 그리고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대사는 성우에 의해 wav파일로 존재하고 거기에 맞춰 적절한 시각화면을 잡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음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되었습니다. 연극은 우리가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그 음성만으로 모든것을 풀어나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몇가지 것들이 있습니다. 연극에서의 배우는 시,공간적인 완벽한 제약안에서 모든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영화에서는 몇번이고 다시 찍을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카메라와 앵글, 온갖 편집기법과 특수효과가 배우를 도와줍니다. 그렇기에 연극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몸서리 쳐 질 정도로 매력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카메라라는 제 3의 연기자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세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는 나쁘게 보면, 배우의 부족한 연기력을 무마시킨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카메라라는 배우를 어떻게 연기시킬 것인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2. 연기(Acting)에 대해
연극을 하고자 했던 목적이 "연기"에 대한 공부였던 만큼, 부족하나마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남자의 심장의 위치는 "사랑하는 여성"이 말해준다고 하였던가요? 연극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지금 어떻게 연기를 하고 있는지는 심장이 먼저 말해줍니다.

아다치 마츠루 "러프" 중에서 -_-;;;
예를 들어 "너 이 씨방새야" 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면. 애니메이터들은 화난 제스쳐와 함께 일그러진 눈, 거칠게 움직이는 입술을 그려나가기 위해 여러 동작을 그려볼 것입니다.
하지만 배우는.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이 씨방새야" " 이 엿같은 씨방새야" "이 x만한 새끼가 죽을라고"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곧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말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죠. 그리고 말이 터져나옵니다. "이 씨방새야!!!"
그렇습니다. 연기자에게 있어서 연기의 기본은, 그 감정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둘째문제 입니다. 어떠한 억양과 속도로 말할것인지도 둘째입니다. 내가 진짜로 그 감정에 들어서 있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요.
물론 연극적인 특성 때문에 다른 많은 것들도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발성이고, 정확한 발음또한 매우 중요하죠.
3. 애니메이션에서의 연기
전 연기에 대해 알아나가면서 더더욱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감정"의 몰입이 기본이 되는 연기를 애니메이션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일단, 작업과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애니메이터는 반쪽짜리 연기자이기 때문이죠. 나머지 반쪽은 성우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애니메이터가 성우까지 겸한다고 해도, 이것은 가능 여부를 떠나 불필요한 부분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제가 느낀 것은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연기"가 아니다 라는 것이에요.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려는 이유에는 상당부분 시각중심의 의미전달의 힘을 이용해, 제 생각들을 전달하려는 데 있습니다.그것은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저의 캐릭터들이 멋진 연기로서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인 것이죠. 전 한가지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전 "의미전달"에 더 중심을 둘 겁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연기"대신에 다른 많은 장치들이 있습니다. 영화와 동일한 많은 기법 외에도, 함축적인 이미지 전달성은 영화와 차별화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연극에서 얻은 소중한 "연기"에 대한 경험은 가능한 끌고 갈 생각입니다. 감정에 대한 느낌또한 분명 중요한 것이구요.(비록 반쪽짜리 연기긴 하지만요..) 그것 외에도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분석"같은 것도 그러하죠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분들 대부분이 하고 계시것입니다.)
예를 들어 몬스터 주식회사의 "셜리반"을 생각해 보죠. 과연 셜리반은 어디서 태어났으며 지금 몇살인지? 그의 아버지 직업과 성장과정, 그가 좋아하는 여성상, 일에 임하는 그의 태도, 등등.... 애니메이션과 관계없는 모든 것들까지 공상에 공상을 거쳐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없이 하나의 캐릭터는 불완전하게 됩니다. 때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이중인격자가 될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그의 생활습관을 흉내내기 시작합니다. 걷는것, 먹는것, 자는것까지 과연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죠. 할머니 역활을 맡았던 동아리의 한 친구는 정말 날이 갈수록 구부정하게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캐릭터를 자신 안으로 흡수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캐릭터 분석은 여러사람이 같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서로 다른 특징들을 뽑아내거나 정 반대의 성격으로 설정하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이러한 과정을 지나왔다면, 적어도 완벽한 감정연기는 불가능 할 지라도, 적절한 캐릭터성 부여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선 애니메이터와 성우, 감독과 연출자 모두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요..)
4. 현실성, 양방향성의 절대적 매력
공연예술, 특히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과 같은 경우 관객과 배우는 불과 1미터도 안되는 공간을 두고 같이 공존합니다. 연극의 삼대요소에 관객이 들어가듯, 연극은 관객없이는 의미도 없고, 존재할 수 도 없습니다. (영화는 DVD로 제작되 책장에 꼽혀있기 일수죠.)
연극직전에 상품등을 주면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배우의 연기가 달라지고, 연극의 완성도가 바뀌기 때문이죠. 또한 연극중에는 관객이 배우가 되거나, 배우가 관객행새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뮤지컬 캣츠에서 고양이 배우들은, 무대에서 뛰쳐나와 관객들 사이를 고양이처럼 지나다니죠, 관객들은 고양이를 쓰다듬기도 하고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는 매력은 정말 위력적입니다. 제 생각에, 사람은 사람과 함께 할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받고 주목받는다는 느낌을 말이죠. (전 왜 여기서 갑자기 커트 코베인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느낌에 흥미를 잃어버린다는것은 저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거든요..)
이번 연극 연습을 끝내면서, 전 앞으로 다신 배우를 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달이 지난 지금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대신 절대 주연은 안할꺼에요. "나무1"이나 "포졸1"같은 엑스트라면 만족입니다. 그것도 절대 쉽지 않구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노먼 맥라렌작품이 보이네요..^^ 학교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지겹게 보여주시던..... 어떤건 잼있기도하고 또 어떤건 지루하기도 했었는데. 암튼 좋은 행사네요. 요새 기술적인 부분에 부쩍 관심이 늘어서 내일 서울애니센터에서 하는 세미나에 가게 되었네요. 교수님들은 기술이 다가 아니라고들 하시지만 기술이 되야 뭘 만들던지 말던지 하는거 아닌가요? 음...... 겨울동안 팀작업할려고 하는데 완성되면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요..ㅋㅋ(평가도 받을겸..) 간만에 장문썼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저도 기술은 둘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떠한 직업을 갖고자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기술보다는 내용에 중심을 두어야 겠지만, 오늘날과 같이 대규모화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각각 파트별로의 기술자를 원하는것이 현실입니다. 뭐. 테크니컬 디렉터처럼 기술적인 문제만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세요.. ㅎㅎ
헉... 이런게있었구나 어제끝났네요 우엥~
나도 좋아하는데 ;ㅁ;
어쨋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으응.. 쥐현이도 새해 복 많이 받으~~~ ^^